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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azu's silk

조연현- 이별의 사상

by 마하로바 레이 2023.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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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어떤 종류의 인간과 인간과의 교섭이나 관계를 절단하는 행위이다. 
그것이 인간이 아니고 자연과 같은 존재일 경우에 있어서도 어떤 종류의 교섭이나 관계를 절단하는 의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별의 외부적 조건이 그 동기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고, 
내부적인 동기나 원인이 그 조건이 되는 경우도 있다.
전자의 경우에 있어서의 이별은 물론 그것이 자기의 의지가 아닌 것은
물론이지만, 후자의 경우에 있어서도 이별을 결정한 자기의 의지가
자기의 진실한 심정과는 반대인 경우도 있다. 자기의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가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일 때, 취해지는 이별은 그런 성질의 것이다.


이별은 반드시 구체적인 행동으로써만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구제적인 행동으로써는 표현 될 수 없는 많은 이별이 있다.
가장 가깝게 느낀 친구를 어떤 이유로 인하여 친구로서 느끼기 보다는
하나의 아는 사람으로서만 대하게 되었다면, 이것도 이별의 하나이다.
이런 경우의 이별은 구체적인 행동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다만 접촉하는 감정의 성질에 변화가 생겼을 뿐이다. 
우리는 이러한 이별을 매일같이 경험하고 있다.


이별은 일종의 적극적 단념이요, 포기이다.
그러므로 가장 강력히, 그리고 치열히 소망 하였던 것이 있었던
사람에게만 이별의 슬픔이 있다. 이러한 슬픔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적극적인 의지를 갖지 못한
사람에게는 욕망에의 정열이 없었던 것처럼 이별의 능력도 없다.


이별에는 두개의 방향이 있다. 하나는 망각에의 방향이요,
그 다른 하나는 불망에의 방향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이별이 일종의 단념과 포기의 형식으로 표현된
것이요, 후자의 경우는 이별이 일종의 지속과 재생의 형식으로
표현된 것이다.
옛날의 애인과 그 모습이 같은 사람을 애써 피해 다니는 사람은 
전자의 경우에 속하는 사람이요, 옛날의 애인과 그 모습이 똑같은
사람을 애써 찾아 다니는 사람은 후자의 경우에 속하는 사람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사람이 달리 사랑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을
찾아가는 경우, 이것이 먼저 사랑한 사람을 잊어버리기 위한 
노력인지, 먼저 사랑한 사람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한 노력인지는 
자기 자신도 분명히 모를 일이다. 이것은 구태여 가릴 필요도 없고,
또한 명백히 가려질 수도 없는 인간 감정적 현실에 속한다.
그것이 망각의 형식으로 표현되었든, 불망의 형식으로 표현되었든
그러한 것과는 아무 상관없이 이별은 살아가야만 되는 인생의 
매일같이 되풀이되는 생의 한 형태이다. 
그러므로 이별은 그것이 하나의 종결이요, 해결인 동시에 
하나의 출발이요, 발단이 된다.


누구에게도 슬픈 이별은 그의 즐거운 인생의 한 역설이다.
위대한 이별은 항상 위대한 그의 생활을 대변해 주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이별을 무서워해서는 안된다.
정말 무서운 것은 이별할 아무것도 없는 인생의 쓸쓸함이다.
인생의 모든 것과는 최후의 이별인 죽음의 순간에 있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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